이 사이트에 관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을 지키기 위한 사이트

☠️️ 인류는 소셜 미디어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거다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다. 숏폼의 시대. 곧이어 AR과 VR의 시대로 넘어가겠지.

우리는 (1980년대생) 소셜 미디어 이전의 삶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다. 아날로그로 10대를 보내고, 디지털로 20대를 맞이하고, 소셜 미디어로 30대를 보내는 기막힌 세대.

10대 때부터 내 삶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세상에 보여주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아래 서비스를 다 썼었는데 거의 10년 주기로 서비스가 떴다가 졌다.

  • 1990’s: GeoCities
  • 2000’s: Cyworld
  • 2010’s: Facebook / Instagram
  • 2020’s: YouTube

이 사이에 물론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마이스페이스, 트위터, 플리커, 워드프레스 등등 참 많은 서비스가 있었다. 이 서비스를 통해서 내 삶의 기록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이거 원 오래가는 서비스가 있어야지.

무엇보다 이 서비스들은 '내 기록'에 관심이 없다. 아니, '나'에게 관심이 없다. 천만에. 이들은 철저하게 사익을 위해 움직인다. 더 많은 시선을(Eyeballs) 모으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인 '관심'을 주는 순간, 이 플랫폼들은 더 많은 돈을 번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우리의 뇌가 망가지는 건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인류가 수천 년간 무기를 만들어 오다가 1940년대에 이르러 핵을 개발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를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비슷한 일이 2010년대에 일어났다. 실리콘 밸리는 기술 진보라는 이름으로 다음 세대를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소셜 미디어 이전의 삶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다. 그래서 우리 세대에겐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소셜 미디어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 너머의 삶을 기록하고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다음 세대에게.

🐌 모든 것이 반대인 사이트

사이트 → 우선 사이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시류에 반하는 행동이 아닌가? 요새 누가 사이트를 만드나? 즐겨찾기에 추가하면 모를까 과연 누가 들어오기나 할까? SEO를 위한 노력도 안 들일 거고 구글 광고를 돌리지도 않을 거다. 아는 사람만 오는 사이트가 되고 싶다.

줄글 → 또 글이 길다. 그레이스 팜의 경우 1,000단어가 넘어간다. 약 4~5분 걸려서 읽어야 한다. 더군다나 ‘리스티클(List+Article = Listicle)’이 아니라 줄글이다.

줄글은 글을 읽는 사람과 내가 마주 앉아서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커피 한잔 앞에 두고 사람과 1~2시간 이야기하는 건데 이를 온라인으로 옮기니 줄글이 된다. 반면에 리스티클은 내가 읽는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는 느낌이 든다.

물론 호불호가 있겠지. 그런데 긴 호흡의 글만이 ‘나’라는 사람을 더 온전하게 드러낸다. 생각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그대로 전달이 된다.

사진 → 이 사이트에 있는 사진은 하나도 빠짐없이 1초 미만의 셔터 속도로 찍었다. 말 그대로 ‘찰나’에 잡힌 순간이다.

그런데 나는 이 순간 포착된 이미지가 어떤 면에서는 더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끊임없이 변하는 게 리얼리티라면, 이 변화하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 그래서 한 번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건축 → 패션, 푸드, 피트니스, 아니면 피플(연예인)을 다루지 않고 건축을 다룬다. 조금 전 문장에서 모든 단어가 ‘ㅍ’으로 시작했다. 이미 여기서부터가 니시(Niche) 마켓 중에서도 니시 마켓이다.

그런데 건축은 패션, 푸드, 피트니스, 피플 보다 더 오래간다. 유행이라는 것 자체를 타지 않는 게 건축이다. 그래서 건축을 다룬다.

✉️ 메일은 매일 체크합니다

2014년에 출판한 ‘유럽 건축을 만나다’에서 내가 사랑하는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 2014 → 건축 • 가구 • 글꼴

10년이 지난 오늘날, 이 세 가지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우선순위가 조금 달라졌다.

  • 2024 → 글 • 가족 • 건축

여기서 글이라고 하면 내가 ‘쓰는’ 글도 있지만 내가 ‘읽는’ 글도 포함된다. 다시 ‘유럽 건축을 만나다’로 돌아가서, 커버 안쪽에 나는 ‘모든 영감의 원천이 하나님’이라고 썼다. 10년이 지났지만 그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며, 당시 어떤 이유로든 ‘유럽 건축을 만나다’에 넣지 못했던 전도서 말씀을 이곳에 넣고 싶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전도서 3:11

아래 이메일로 궁금한 사항이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다른 소셜 미디어는 체크 못 해도 메일은 매일 체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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